[일본영화] 심볼 (SYMBOL) 2009년작 - 애드리아나 프릭크, 마츠모토 히토시 주연

코미디 장르의 경우 (특히 슬랩스틱의 경우) 구성원들 개개인이 공유하는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예를 들어 드라마 '환상의 커플'의 경우 당시 한국에선 적어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넷반응은 여느 대박 드라마 못지 않았지만,
해외에선 예상외로 크게 인기를 끌지는 못했습니다. 코미디 장르로선 말이죠.

일본에선 꽤 히트를 쳤던 영화인데 여러분들에겐 어떤 평가를 받게될 지 궁금하군요.
한국에 이경규가 있다면 일본에는 마츠모토 히토시가 있죠.
둘 사이엔 코미디를 하면서도 연예프로의 사회를 보고 또 영화에 대한 애정의 끈은 놓지 못하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일본 제일의 인기 연예인이자 코미디계의 카리스마로 불리는 마츠모토 히토시의 두 번째 작품인 <심볼>은,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대되었던 <대일본인>처럼 그만이 갖는 황당하면서도 기발한 수준 높은 상상력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사방이 하얀 방에 갇히게 된 한 남자는 어떻게 해서든지 방에서 나가보려고 별의별 시도를 다하는데, 남성기를 닮은 돌기(말 그대로 심볼)를 발견을 하게 되면서 이걸 이용해 탈출하려 하나, 그가 직면해야만 하는 가지각색의 고난은 웃음을 연발케 만든다. 이전 <대일본인> 때도 그러했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이 이상의 세부내용을 거론치 못하게끔 장치한 스토리의 흐름과 있을 수 없는 폭소의 종결은 코미디언으로서 마츠모토가 가진 장인정신이라 할 것이지만, 그가 <심볼>에서 보여주는 감독으로서의 재능은 ‘영화란 영상으로 전하는 언어’라는 너무나도 평범해서 잊어버리기 쉬운 기본 중의 기본 전제를 재인식시켜줌에 있다고 할 것이다. 절제된 대사와 절제된 화면으로 표현된 영상이 아주 인상 깊이 남는 작품이다. (양시영)


편의점에도, 호텔에도, 세계육상경기에도, 헬로 키티짱 옆에도, 이 남자가 있습니다. 최근 일본 이곳저곳엔 이 남자의 얼굴이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개그 콤비 다운타운의 일원이자 <대일본인>으로 영화감독 데뷔한 마쓰모토 히토시인데요. 그는 두 번째 연출작 <심벌>을 개봉하면서 장르와 업종을 초월해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요. 앞머리를 싹둑 자른 채 물방울 무늬가 그려진 노란색 잠옷을 입고 말이죠. 엽기적이지만 귀엽습니다. 이미 다양한 회사에서 그에게 러브콜이 갔다고 하고요. 8월 말부터 그 결과물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습니다.

각종 CF 속 마쓰모토 히토시의 모습은 아주 강렬합니다. 제과업체 에자키그리코와 찍은 스낵 ‘크라츠’의 CF에선 맥주와 스낵을 먹으며 함박웃음을 짓고요, 세계육상경기베를린의 홍보 CF에선 역동적으로 뛰고 구릅니다. 심지어 프린스호텔에서는 <심벌> 체험 플랜을 9월1일부터 한달간 실시한다고 하는데요. 전국 8개 프린스호텔에서 이 요금제를 이용하면 <심벌>에서 마쓰모토 히토시가 입었던 파자마를 입고 잠잘 수 있다고 해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일본의 국민적인 캐릭터 헬로 키티에서는 물방울 파자마 차림으로 상품이 판매되고 있고요, 힙합 의류 브랜드 A BATHING APE 또한 마쓰모토 히토시의 이미지를 빌려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쓰모토 히토시는 <대일본인>의 예상외 호평으로 2008년 뜨겁게 떠올랐어요. 워낙 유명한 개그맨이고 이전에도 책을 쓰거나 노래 가사를 지으며 다양한 소질을 보여줬지만 영화감독으로 새롭게 주목받은 거죠.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 출품 타이틀이 한몫 거들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제2의 기타노 다케시가 나왔다며 일본 언론이 뜨거웠죠. 그래서 이번 영화 <심벌>에 대한 기대도 매우 높습니다. 영화는 하얀 방에 갇힌 한 남자가 그곳을 탈출하려고 애쓴다는 시놉시스와 예고편, 몇장의 스틸밖에 공개된 게 없는데요. 이미지가 워낙 신선해서 반응이 좋습니다. 정작 마쓰모토 본인은 “탈출을 궁리하던 남자가 사건에 휘말린달까, 아니면 사건을 만든달까…”라며 특유의 농담으로 말을 아끼더군요. 영화의 내용이 어떨지, 과연 <대일본인>을 뛰어넘는 작품이 나올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그가 일본영화계에 새바람을 불어줄 강력한 캐릭터란 건 확실한 것 같군요.

(글) 정재혁 monoresque@cine21.com












관련 블로그 글 하나 소개합니다.

마츠모토 히토시가 자신의 두 번째 작품 <심볼>을 들고 다시 부산을 찾았다. 2007년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에 데뷔작 <대일본인>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유명 코미디언 이상으로 끌어올렸던 마츠모토 히토시는 <심볼>로 다시 한 번 영화감독 굳히기에 들어간다. 이번에도 역시 그는 황당무계한 상상력을 공고히 다져나가며 인류를 관통하는 철학으로 코미디에의 길을 내려 한다. 정체 모를 하얀 방에 갇혀 벽 안에 불규칙적으로 배치된 남성 성기 모양의 버튼을 누르며 탈출을 도모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는 명쾌한 웃음과 질긴 미스터리의 절묘한 합일을 이룬다.

남자가 버튼을 누를 때마다 하얀 방 어디에선가 물건이 튀어나온다. 항아리가 나오는가 하면 분재가 떨어지고 카트가 밀려나오며 젓가락이 쏟아진다. 누군가가 장난을 치는 것일까? 계속해서 그 누군가를 향해 외쳐보지만 그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일 뿐. 남자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젓가락이 나오는 버튼을 쉴 새 없이 눌러보지만 젓가락은 무한대로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온다.


단발머리에 노란 잠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탈출을 하기 위해 행하는 이 단순한 작업들은 실로 무심하고 느린 슬랩스틱 코미디의 연속이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대사도 모조리 감탄사로 대체되는 이 코미디의 파괴력이 실로 놀랍다. 초밥을 한참이나 우적우적 먹는 남자를 조명하던 영화가 뒤늦게 그에게 간장을 제공하며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유머들이 그러하다. 문이 열리고 그 문으로 탈출하기까지 갖가지 방안을 고민하면서 미국 코믹스 배경을 두고 아이디어 전구를 번뜩이는 주연이자 감독인 마츠모토 히토시의 연기와 연출은 단연 발군. 이 남자가 ‘수행’과 ‘실천’의 단계를 거치는 사이 멕시코 어느 언저리에서 시합중인 프로레슬러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영화의 정체는 실로 모호하다. 하지만 이 둔한 일본인 남자와는 전혀 상관도 없을 것 같은 레슬러 에스카르고맨의 묘한 상관관계가 밝혀지는 후반부까지 <심볼>의 코미디는 시종일관 생뚱맞은 방향에서 치고 나오는 엉뚱한 코드로 웃음보를 자극한다. 이 놀랍도록 느린 템포로 완성되는 코미디는 압축적이고 또 폭발적이다. 또한 마츠모토 히토시의 작가적 야심을 대변하는 전인류의 ‘미래’를 마주한 남자의 결말 역시 묵직한 여운을 남기기 충분하다. <심볼>은 분명 올 부산이 건진 가장 수려한 코미디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강상준 기자(FILMON)